우리가 곧잘 그 사실을 진지하게 여기지 않지만
세상은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정혜윤, 《슬픈 세상의 기쁜 말》
살아가다 문득 떠오르는 문장이 있나요?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우리에게, 때로는 단 한 줄의 좋은 글귀가 커다란 위로가 되어주곤 하죠.
다른 사람들은 어떤 말에 기대어 하루를 건너는지.
그리고 그 한 줄이 사람과 세상을 어떻게 바꾸어나가는지 궁금하시다면
이 작가의 책, 한 번 읽어보시는 건 어떠신가요?
김신지 작가가 추천하는 에세이
《슬픈 세상의 기쁜 말》
우리에게 살아 있는 느낌을 주는 말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단순히 좋아하는 '단어'를 찾는 것이 아니라, 삶의 방향을 되묻고, 나를 지탱해 주는 감정을 확인하는 과정일지도 몰라요. 이 책은 그런 문장을 발견하고, 스스로에게 조용히 질문을 던지는 여정의 시작점이 되어줄지도 모릅니다.
김신지 작가와 이다혜 기자가 함께한
오디오 클립에서 확인해 보세요!
김신지 작가는 왜 《슬픈 세상의 기쁜 말》을 추천했을까요?
✍️ 김신지
요즘 친구들과 정치, 사회, 경제 등 크고 작은 사건 사고를 얘기하다 '하... 좋은 얘기는 없어?'라고 말하는 순간이 오잖아요. 저는 사람이 살아가면서 좋은 이야기를 필요로 하고, 거기에서 힘을 얻는다고 생각하는데 딱 그럴 때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있다고 생각해서 고르게 되었습니다."
🎬 이다혜
"말씀해 주신 것처럼 우리가 '좋은 얘기 없어?'라고 할 때, '좋은 얘기'라는 게 굉장히 정형화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승진을 했다', '돈을 벌었다' 이런 얘기들이 좋은 얘기라고 생각하고, '나는 왜 그렇지 못하지?'라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다그치는 게 현대인들이 살아가는 방식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이 책을 읽어보면 사실 살아간다는 건 그렇게 단순히 숫자 몇 개로 좌지우지되거나 그것만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어요."
《슬픈 세상의 기쁜 말》은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을까요?
✍️ 김신지
" 이 책은 총 10개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고, 각 챕터마다 정혜윤 작가님이 직접 만나신 인물들이 등장해요. 외딴 항구의 어부라든가, 뒤늦게 한글을 깨친 해녀 할머니라든가, 대구 지하철 참사로 가족을 잃으신 분이라든가.
이런 분들이 고통을 통과하며 자기 자신을 살아있게 해준 말에 대해, 또 고통으로부터 회복하게 된 과정에 대해 담겨있는 책입니다."
"이 책의 서문에 나오는 내용이 있어요. 정혜윤 작가님이 라디오 PD로 일할 때, 기획했던 프로그램 중 하나가 '자기 자신을 말하기'라는 거였다고 해요. 이때 모두가 지켜야 하는 규칙이 있는데요. '이것 없이는 나를 설명할 수 없다!'하는 단어를 찾고, 그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나를 설명하는 것이에요. 라디오 피디라면 '라디오'라는 말을 쓰지 않고, 책방 주인이라면 '책'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요."
🎬 이다혜
"그래서 책을 읽다 보면 필연적으로 '나에게 그런 단어는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더라고요. 또 이런 굉장히 어려워 보이는 이야기로 시작을 하는데, '이 책은 이런 이야기로 시작해서 도대체 무슨 이야기로 이어가려는 거지...?'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읽다 보니 뜻밖에도 어떤 사람들의 인생 이야기를 듣는 것이더라고요. 이 책의 매력 중 하나가 누군가의 이야기를 전할 때, 마치 구전으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그 사람이 자기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것을 옮겨 적는 것 같은 느낌으로 쓰신 부분들이었어요, 그래서 책을 읽는다기보다 라디오를 듣는 것처럼 술술 읽히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마음을 울리는 한 줄, 김신지 작가가 추천하는 《슬픈 세상의 기쁜 말》 속 문장은 무엇일까요?
✍️ 김신지
"저는 일단 이 책의 프롤로그에 있는 부분을 소개하고 싶어요. 이 책의 전체가 그 부분을 펼쳐놓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세상은 열심히 우리의 이름과 고유성을 지운다.
알바생, 취준생, 택배 아저씨, 마트 아줌마,
애 못 낳는 사람, 세 번째 사귄 여자, 이상한 피디,
옛날에 만나던 사람 등
누군가를 지칭하는 온갖 말
그리고 실업자 수, 1인 가족 수,
우울증에 걸린 사람 수, 산재 사망자 수,
교통사고 사망자 수 등의 숫자.
그런데 이 말과 숫자들 중
어느 것도 한 사람의 고유함을 말해주거나
우리가 다른 사람을 상상하게 도와주지 않는다.
그러나 세상이 우리의 고유성을 지울수록
자기 자신만은 자신의 고유성,
내면에 '살아 있는'
어쩌면 아직은 '이름 없는'
뭔가에 귀를 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
다른 사람도 고유한 무엇인가를 품고 있다고,
우리가 궁금해할 무엇인가를 품고 있다고 믿는 것은
이런 사회 분위기에서는 거의 '저항'이라고
부를 만한 일이고 최고의 존중이다.
🎬 이다혜
"우리가 제일 편하게 생각하는 게 딱지 붙이는 일인 것 같아요. 누군가에 대해 이야기할 때, 이 친구는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를 이야기 하기보다 어디 살아, 어떤 성격이야 등 강한 한마디로 요약하고... 그걸로 지칭하기도 하고요. 그리고 다른 사람이 나에 대해 지칭하는 말을 들었을 때는 그 말에 갇혀있게 되기도 한 것 같아요. '그렇지. 남들이 이야기하는 나는 이런 사람이지'하고요.
그래서 거기서 벗어나지 못하기도 하는데,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을 보며 그 사람들이 얼마나 자유로운지도 생각하게 되었어요. 남들이 붙여준 딱지를 생각하는 게 아니라, 내가 지금 이 순간 나답게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사람들이니까요.
저는 무엇보다 이 책이 좋았던 이유가, 요즘은 '각자도생'이라는 말을 많이 하잖아요. '나만 잘 살면 되지 남들이 무슨 상관이야'하는 문화가 있어요. 그런데 그게 아니라, '미래'라는 것에는 나 하나만 있는 게 아닌 거예요. 다음 세대가 있고, 공동체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선량한 일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나는 또 그런 것들을 얼마나 하고 있나?라는 생각을 하게 해요. 또 이 책을 읽으며 슬픔이라는 게 얼마나 큰 힘이 될 수 있는지, 또 동력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우리가 읽는 것이 우리를 만든다는 믿음
한 사람의 좋은 이야기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된다.
좋은 이야기는 우리의 내면 깊은 곳에
부드럽게 각인되고 남아서 우리의 자아를 바꾼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부드러움 중
가장 믿을 수 없을 만큼 부드러운 것은
인간의 변화다.
✍️ 김신지
"좋은 이야기가 한 사람을 어떻게 부드럽게 알려주는 책이고,
사실 우리가 읽은 모든 책들에서 그런 영향을 받고 있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해요,"
환멸로 가득 찬 세상에서 봐야 할 이야기
김신지 작가, 이다혜 기자가 《슬픈 세상의 기쁜 말》을 함께 읽으며 나눈 이야기,
방송에 다 담지 못한 깊고 조용한 울림이 더 궁금하시다면,
지금 바로 오디오 클립 [리딩 케미스트리] 2화를 들어보세요.
👉 밀리의서재, 팟빵, 스포티파이, 유튜브에서도 들을 수 있어요!
라디오처럼 귀를 기울이며 듣다 보면, 어느새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말들이 조용히 마음을 두드릴 거예요.
좋은 글귀 가득한 정혜윤 작가의 《슬픈 세상의 기쁜 말》도 꼭 함께 읽어보시길 추천드려요.
짧지만 단단한 문장들, 마음을 붙잡는 좋을 글귀가 가득한 이 책은 때로는 필사해 보고 싶을 만큼 깊은 울림을 안겨줄 겁니다.
독서와 무제한 친해지리, 밀리의서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