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5

카페 녹음집(@nokumm.zip) 대표 유지연

책과 음악, 그리고 빵과 커피. 사람들의 온기가 천천히 쌓여 가는 곳, 책 읽기 좋은 카페 '녹음집'의 유지연 대표. 


그의 취향이 은은히 스며 있는 이 공간에서는 담담한 문장으로 삶을 붙잡아 준 책들과 오랫동안 곁을 지켜 준 음악들을 만날 수 있다. 


가만히 앉아 책을 펼치기만 해도 자기 안으로 조용히 침잠하게 되는 신비한 공간. 그리고 이 공간을 닮은 사람, 유지연의 삶을 담담한 언어로 응원해 온 책 이야기를 지금 만나보자. 



Episode. 5

카페 녹음집(@nokumm.zip) 대표 유지연

책과 음악, 그리고 빵과 커피. 사람들의 온기가 천천히 쌓여 가는 곳, 책 읽기 좋은 카페 '녹음집'의 유지연 대표. 


그의 취향이 은은히 스며 있는 이 공간에서는 담담한 문장으로 삶을 붙잡아 준 책들과 오랫동안 곁을 지켜 준 음악들을 만날 수 있다. 


가만히 앉아 책을 펼치기만 해도 자기 안으로 조용히 침잠하게 되는 신비한 공간. 그리고 이 공간을 닮은 사람, 유지연의 삶을 담담한 언어로 응원해 온 책 이야기를 지금 만나보자. 

공간이 아늑하고 따뜻해요. 카페를 운영한 지 6개월 정도 되었다고 들었어요.
처음엔 어떤 마음으로 카페를 열게 되었나요?

원래는 음반 기획사에서 잘 지내고 있었어요. 그러면서도 마음 한편엔 늘 ‘내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오래된 꿈이 있었고요. 그러다 어느 순간 ‘다음이 아니라, 지금 해야겠다'는 확신이 들어 퇴사했어요. 


이후 어떤 공간을 만들지 고민하며 마케팅과 브랜딩을 공부했고, 제가 좋아하는 커피·빵·책·음악을 모두 담아보자는 생각에 ‘녹음집’을 만들었어요. 여기는 단순한 카페라기보다, 제 취향과 생각을 온전히 담은 ‘나의 공간’이라는 의미가 더 커요.


점심시간, 책 읽기 좋은 카페 '녹음집'

음악 감상실부터 곳곳에 놓인 책들까지, 사장님의 취향이 공간 곳곳에 스며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있어요. 

먼저 책 이야기부터 해볼게요. 계단에도, 책상 위에도 책이 많은데 평소에 책을 많이 읽는 편인가요?  

카페에서는 주문 받고 일하다 보면 여유 있게 책을 읽기 어려워요. 그런데 점심시간엔 근처 직장인분들이 잠깐 들러 책을 읽다 가시거든요. 자연스럽게 북클럽 모임에 있는 듯한 분위기가 연출이 되는데 그때저도 같이 집중해서 책을 읽는 편이에요.

카페에 있는 책들은 어떤 기준으로 고른 건가요?

여기 있는 책의 90%는 제가 원래 가지고 있던 책들이에요. 그 외에는 저에게 어울릴 것 같다며 선물해주신 책들이나, 기부해주신 책들도 있고요. 오픈 후 새로 들인 책들은 조금씩 끊어 읽어도 괜찮은 책, 잠시 들러 즐기고 다음에 와서 이어 읽기 좋은 책들이에요.


보통 책을 고를 때 어떤 기준으로 고르세요?

서점에서 책을 넘기다가 마음에 드는 문장이 하나라도 눈에 띄면 그 책을 사서 읽는 편이에요. 감정이 요동치거나 조금 우울할 때는 시집을 읽으며 마음을 가라앉히고, 산문집도 자주 읽어요.


카페를 운영하면서 독서하는 손님들을 자주 보시잖아요. 기억에 남는 분도 있었나요?

책에만 집중하는 분들을 보면 늘 존경스러워요. 저는 책을 읽다가 마음에 드는 문장이 나오면 사진을 찍거나 메모하거나, 친구에게 보내기도 하거든요. 반면 휴대폰을 전혀 보지 않고 책에만 몰입하는 손님들도 꽤 있어요. 그런 모습을 보면 ‘책을 정말 제대로 읽는구나’ 싶어서 저도 모르게 감탄하게 돼요.


지연 님에게도 인생 책이 있나요?

‘인생 책’이라고 하면 괜히 너무 거창하고 어렵더라고요. 대신 ‘인생 작가’라고 하면 한 분은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요. 바로 일본 작가 마스다 미리요. 한국에서는 만화 에세이 작가로 알려져 있는데, 작가의 담담한 문체를 정말 좋아해요. 그래서 한국판도 사고 일본 원서도 사서 비교해가며 읽고 있어요.


마스다 미리 작가의 책 중에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어요?

밀리의서재에는 없지만(웃음), 가장 추천하고 싶은 책은 《영원한 외출》이에요. 제목만 보면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다는 뜻이라 꽤 무겁잖아요. 그런데 내용은 일상을 살아가며 떠나간 존재를 문득 떠올릴 때의 감정을 아주 담담하게 그려요. 책을 읽다보면 불안하던 감정도 금세 잦아들고, 마음이 차분해지더라고요. ‘이별’을 조금 더 자연스럽고 가볍게 받아들이게 해준 책이라 정말 좋아해요.


"일본 작가 마스다 미리, 그녀의 담담한 문체를 정말 좋아해요"

책 읽기 좋은 카페, 녹음집에 비치되어 있는 책 중에서 추천하는 책은 무엇인가요?

여기에는 시집을 많이 모아두었어요. 그중에서는 최지인 시인의 《일하고 일하고 사랑을 하고》, 안미옥 시인의 《온》을 추천드리고 싶어요. 잠깐 들렀다가 아무 페이지나 펼쳐도 편하게 읽고 덮고 갈 수 있는 책들이에요. 


또 좋아하는 책 중에 최민석 작가의 《마드리드 일기》가 있는데요. 조금 두껍지만 일기 형식의 산문이라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편안하게 읽히고, 중간중간 웃으면서 볼 수 있어서 추천해요.

책 읽는 공간에 ‘음악 감상실’을 따로 만든 이유가 있나요?

요즘은 실물 음반을 직접 열어보고, 크레딧까지 읽어보는 경험이 거의 없잖아요. 그래서 ‘음악을 물성으로 경험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앨범을 직접 보고, 읽고, 들으면서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요.

이곳에 비치해둔 앨범들은 ‘책’들과 연관이 있나요?

아뇨(웃음). 특별히 책과 페어링을 한 건 아니고요. 그냥 제가 좋아하는 음악들을 모아두었어요.

"책 읽는 공간에 '음악 감상실' 

'음악을 물성으로 경험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음악 감상실 안에도, 책 속에도 손님들의 메모가 붙어 있어요. 이 메모는 어디서 아이디어를 얻은 건가요?

오픈 초반에는 메모나 방명록이 없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손님들이 녹음집에서 어떤 경험을 하고 돌아가는지 궁금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정말 순전히 손님들의 피드백이 듣고 싶어서 메모장을 두기 시작했죠. 그랬더니 생각보다 많이 써주시더라고요(웃음).

가장 마음에 남는 메모가 있어요?

한 손님이 '여기 오려고 짬 언제 나나 생각하는 게 낙이에요. 음악, 책, 커피, 분위기 다 챙길 수 있어 만족하고 갑니다.'라는 메모를 남기셨더라고요. 누군가의 '낙'이 된다는 게 너무 감사했어요. 그 말이 너무 마음에 와닿아서 아직도 그 메모를 간직하고 있어요.

밀리의서재는 언제부터 이용했어요?

원래는 종이책을 주로 읽었어요. 카페 다니는 걸 워낙 좋아해서 매주 화요일 휴무마다 책을 한두 권씩 들고 나갔거든요. 그런데 읽다가 마음에 안 들면 다른 책이 보고 싶어서 두세 권, 네 권씩 챙기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어깨가 너무 무거워지고(웃음), ‘이제 전자책으로 갈아탈 때가 됐구나’ 싶어 이북 리더기를 샀어요. 자연스럽게 밀리의서재도 구독하게 됐고요.

밀리 플레이스도 함께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구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밀리 플레이스 제안을 받았는데, 책과 관련된 협업이라 정말 반가웠어요. ‘이건 무조건 해야겠다’는 마음이 바로 들더라고요. 그래서 망설임 없이 참여하기로 결정했어요.


‘내 서재’에는 어떤 책들이 담겨 있어요?

지금 스물네 권 정도 담아뒀는데요(웃음). 최근에 담은 책 세 권을 꼽자면, 심채경 박사님의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윤가은 감독님의 《호호호》, 그리고 이승우 작가님의 《사랑의 생애》예요.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는 제목이 너무 흥미롭더라고요. 실제로 읽어보니 ‘천문학’이라는 어려운 주제를 쉽고 재밌게 풀어줘서 계속 읽어보려고 하고요. 《호호호》는 윤가은 감독님의 작품이라 궁금했고, 《사랑의 생애》는 제 취향에 맞는 책으로 추천에 떠서 담아뒀어요.


밀리의서재에서 요즘 빠져있는 이야기가 있나요?

최근에 ‘밀리캐스트'라는 기능을 알게 됐어요. 가게 열고 오픈 준비할 때 틀어두면 너무 좋더라고요. 손은 바쁘게 움직이는데 분위기는 잔잔해서, 평온한 상태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어요. 최근에 들은 것 중에서는 황석희 번역가님이 공포소설을 소개하는 에피소드가 특히 재밌었어요. 내용도 흥미롭고, 잔잔하게 듣기 좋아서 일하면서 자주 틀어놔요.


밀리의서재에서 인상 깊게 읽은 책이 있나요? 

최민석 작가의 《마드리드 일기》예요. 최민석 작가님이 스페인에서 지내며 그곳에 적응하는 이야기를 담은 산문집인데요.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계속 낯선 것들을 마주하고, 익혀가는 과정이 인상적이었어요.‘인생을 여행하듯 살자’가 제 인생 모토인데, 이 책이 그 생각과 가장 닿아 있어요. 일상 속에서 낯선 걸경험하고, 그 안에서 계속 나아가자는 메시지가 마음에 오래 남더라고요. 일기 형식이라 읽기도 편하고, 중간에 커피를 내리다가 다시 읽어도 부담 없는 책이에요.


사장님에게 책과 독서는 어떤 의미를 지니나요?

제가 성격이 정말 급한 편이에요. 늘 빨리, 앞으로만 가는 스타일인데 책은 그런 저를 딱 잡아주는 존재예요. ‘진정해, 이거 읽고 침착해’ 하고 말하는 것 같달까요(웃음). 그래서 독서는 저에게 긴급 처방약 같은 거예요.



‘완독’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하면 좋고, 안 해도 괜찮은 것’이에요. 책을 다 읽지 않아도 마음에 남는 문장 하나만 있어도 그 책은 충분히 의미가 있거든요. 꼭 끝까지 읽지 않아도 괜찮아요. 읽다가 멈춰도, 그 안에서 얻은 문장 하나로도 충분하니까요.



What's in my millie

유지연에게 책은 ‘잠시 멈춤’을 허락한다.

하루가 빠르게 흘러가도, 책을 펼치는 순간만큼은 잠시 멈출 수 있다. 그 시간 동안 그녀는 숨을 고르고 마음을 정리한다. 짧은 문장 하나로 하루의 소음을 가라앉히고, 그 고요 속에서 다시 힘을 얻는다. 책을 읽는 일은 그녀에게 속도를 조절하는 법을 알려 주었고, 그 덕분에 녹음집은 책 읽기 좋은 카페를 넘어,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오늘도 조용하고 단단한 분위기를 지켜 간다. 유지연은 그렇게 책과 함께 자신의 삶을 천천히 이어가고 있다.

유지연 대표가 추천한 책이 궁금하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