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떠한 사랑은 거창한 약속만으론 증명할 수 없죠.
따뜻한 국물 한 숟가락, 퇴근길에 함께 쓰는 우산 한번, 그런 순간들이 우리를 버티게 하기도 해요. 소설 베스트셀러 《백의 그림자》는 그런 '작고 다정한 사랑'이 어떻게 사람을 지켜주는지를 담고 있어요. 도시의 어둡고 거친 풍경 속에서도 서로를 잊지 않고 바라보는 마음, 그 마음이야말로 작가가 말하는 '최고의 사랑'일지도 모릅니다. 현실과 환상이 스치는 그 사이에서, 서로의 그림자를 마주하는 이야기를 지금 만나볼까요?
어떠한 사랑은 거창한 약속만으론 증명할 수 없죠.
2005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데뷔한 황정은 작가는 일상의 균열과 사람 사이의 온기를 예민하게 포착해요. 소설집 《일곱시 삼십이분 코끼리열차》, 《파씨의 입문》, 《아무도 아닌》부터 장편 《계속해보겠습니다》, 연작 소설집 《디디의 우산》, 《연년세세》, 에세이 《일기日記》에 이르기까지. 작품마다 특유의 따뜻하고도 서늘한 시선을 견지해왔죠. 그의 문장에는 "사람을 끝내 믿어보려는 마음"이 오래 남아요.
한국일보문학상, 신동엽문학상, 이효석문학상, 대산문학상, 김유정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5•18문학상, 만해문학상, 김만중문학상, 젊은작가상(대상 포함) 등 굵직한 상들이 그 궤적을 증명합니다. 특히, 《백의 그림자》는 출간 이후 꾸준히 사랑받으며, 지금도 소설 베스트셀러로 손꼽히는 대표작으로 자리하고 있어요.
《백의 그림자》, 황정은
#도시의그림자 #사랑의다정함 #선량한사람들 #현실과환상사이 #조용한위로
"정말로 죽을 생각이 아니라면 아무렇게나 죽겠다고 말하지 마요."
이 작품은 철거를 앞둔 전자상가에서 일하는 은교와 무재의 이야기예요. 어느 날 은교의 그림자가 스스로 일어서는 기묘한 순간을 마주하죠. 현실과 환상이 맞닿는 그 장면을 통해 작가는 '상처 입은 사람들의 마음이 어떻게 서로를 알아보는 방식'을 섬세하게 보여줍니. 황정은 작가 특유의 단단한 문장이 현실의 어둠을 응시하면서도, 그 안에서 작게 빛나는 온기를 놓치지 않아요. 현대 사회의 단면을 비추는 한국소설 추천 책으로 깊은 울림을 남기죠.
도심 속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 그중 누군가는 일터를 잃고, 누군가는 관계의 단절 속에서 하루하루를 그저 버텨내고 있죠. 하지만 그 속에도 서로를 이해하고 이어주는 작은 다정함이 있죠. 이번 문학감상회에서 그 지점을 자세히 들여다보려 합니다. 작가가 바라본 '사람 사이의 온기', 그리고 폭력적인 현실 속에서도 계속 살아가게 하는 사랑의 힘. 그 모든 질문에 대한 단서를, 밀리의서재가 준비한 문학감상회에서 함께 찾아보세요.
POINT1. '백(百)'과 '그림자'의 의미
"요즘도 이따금 일어서곤 하는데, 나는 그림자 같은 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야.
저런 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생각하니까 인력이니 뭐니 견딜 만해서 말이야.
그게 실은 아무것도 아닌 것은 아니지만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가끔은 아무것도 아닌 것 같고,
시간이 좀 지나고 보니 그게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이 맞는 것 같고 말이지.
그림자라는 건 일어서기도 하고 드러눕기도 하고, 그렇잖아?"
👩 황정은(소설가) : 소설을 쓸 때 어딘가에서 '아주 옛날에는 사람들이 100을 무한대에 가까운 정말 많은 양의 수로 생각했다'라는 글을 봤어요. 제목으로 삼기에 적당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아주 많다는 의미로 '백(百)' 자를 사용했어요. 더불어 각자가 지닌 별개의 그림자로도 느껴져 사적인 느낌도 주어서요. 근데 많이들 흰색(白)으로 오해를 하시죠(웃음).
🧑🏻 김중혁(소설가) : '백(百)의 그림자'가 모든 사람의 그림자잖아요. 그 그림자들이 의미하는 것은 100개 이상이 될 거예요. 모든 사람들의 그림자에는 정답이 없고, 저마다의 해석이 있겠죠. 등장인물들의 그림자에도 구체적으로 명칭을 지칭하지는 않았기에 읽는 사람이 자기 자신의 현재 상황을 대입해서 읽을 것 같아요. 너무너무 슬플 사람이 이 소설을 읽으면 슬픔을 뜻하는 식으로요.
POINT2. 은교와 무재가 함께 걸어가며 나눈 대화들
"이번엔 따끈하고 개운했나요?"
"네, 맛있었어요, 따끈하고 맑고 개운했어요, 고마워요, 데려와줘서,라고 말하자 무재씨가 웃었다."
👨🏻 이적(가수) : 작가님께는 이 《백의 그림자》가 어떤 작품으로 남아있으신가요?
👩 황정은(소설가) : 이 소설을 쓰기 전까지는 제 안을 들여다보면서 소설을 써 왔거든요. 내가 사는 사회에서 일어난 어떤 사건과 사람들과 그 안의 고통들을 바로 곁에서 목격을 하면서 '내가 세계와 대단히 강력하게 연결이 되어 있구나'라는 자각을 강하게 하게 됐어요. 지금 너무 끔찍한 것, 참혹하고 무참한 광경을 보고 있는데 할 수 있는 게 정말 너무 없더라고요. 제가 할 수 있는 게 글쓰기밖에 없으니까 글을 쓴 것이고 그것이 《백의 그림자》라는 소설이 되었어요.
내가 이 세계의 폭력에 대응해서 뭘 할 수 있을까 생각을 하다가 '사랑을 하자, 사랑을 해보자'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그 사랑이 시작된 지점이 바로 이 《백의 그림자》라는 소설이라서 저에게는 이 소설이 첫사랑이자 풋사랑인 소설입니다.
POINT3. 폭력적인 현실 안에서도 여전히 살아가는 이들
"언제고 밀어버려야 할 구역인데, 누군가의 생계나 생활계, 라고 말하면 생각할 것이 너무 많아지니까,
슬럼,이라고 간단하게 정리해버리는 것이 아닐까."
👨🏻 이적(가수) : 반 정도는 '너무 좋은데?'하고 읽다가 용산 참사와 연결되는 이야기라는 걸 알게 된 후에는 갑자기 이 작품이 완전히 다르게 읽히기 시작했어요. 나머지 반 동안 참사의 이야기나 유가족의 이야기가 나올까 하면서 마저 읽었는데 그런 이야기는 없었어요. 그래서 두 번 놀랐습니다.
🧑🏻 김중혁(소설가) : '이 공간은 세운 상가를 모델로 하고 있습니다' 또는 '작가가 용산 참사 취재를 하고 있었습니다'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불필요한 첨언 같다고 생각했어요. 책은 우리가 잃어버리고 있는 것 그리고 내몰리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꼭 굳이 '용산'이라는 키워드를 머릿속에 떠올리면서 읽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 황정은(소설가) : 이 작품이 나올 때 인터뷰를 하지 않았어요. 두 가지 이유였는데, 한 가지는 소설을 쓸 당시 낮에는 남일당 현장에서 1인 시위 피켓팅을 하고, 저녁에는 현장 미사에 참석하고, 밤에는 집에 와서 이 소설을 쓰는 작업을 했거든요. 매일 고통을 겪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고 쓴 소설이기 때문에, 이 사건을 함부로 마구 집어내고 싶지 않았어요.
두 번째는 이 소설 안에 대화가 끊임없이 등장하거든요. 저자가 나서서 말을 덮치는 것이 은교와 무재의 대화를 방해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읽는 사람들도 두 사람의 대화를 자신들의 생각으로 읽으면서 얻게 되는 무언가가 있을 텐데, 그것을 저자의 말로 어지럽히지 않고 싶다고 생각해서 말을 많이 보태지 않았어요.
그래서 소설을 쓰게 된 동기와 맥락을 알고 읽는 것도 괜찮고, 사건과 무관하게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로 읽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다 못 담은 이야기
황정은 작가는 무너져가는 도시의 풍경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마음의 불씨를 세밀하게 그려냅니다. 은교와 무재가 나란히 걷는 장면들은 평범하지만, 말보다 깊은 감정이 느껴지는 장면이죠. 이번 문학감상회에는 황정은 작가와 더불어 소설가 김중혁, 싱어송라이터 이적이 참여해 소설 속 장면과 문장을 새로운 시선으로 읽었습니다. 짧은 대사 하나, 문장 한 줄이 지금 우리의 삶과 어떻게 닿아 있는지 함께 이야기했어요.
전체 영상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어요. 조용하지만 깊게 스며드는 《백의 그림자》의 세계로, 지금 당신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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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버티게 하는 작고 단단한 마음
한국소설 추천 목록에 늘 손꼽히는 《백의 그림자》는 폭력적인 현실 속에서도 끝내 서로를 향한 시선을 거두지 않는 인물들과 그들의 대화 속에 스며들어 있는 고요한 사랑의 결을 보여줍니다. 용산 참사를 비롯한 현실적 비극을 문학으로 승화시킨 힘이야말로, 이 소설이 오랜 시간 동안 소설 베스트셀러로 사랑받는 이유일 거예요.
황정은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사랑을 하자, 사랑을 해보자"라는 강한 결심을 건넵니다. 세상을 바꿀 거창한 구호라기 보다, 지금 순간의 삶을 지탱하게 하는 다짐에 가깝죠. 책을 넘기다 보면, 우리 안에도 여전히 남아 있는 선함과 연민을 다시 발견하게 될 거예요. 그것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사랑이 아닐까요? 지금 읽어야 할 한국 소설 추천 책 《백의 그림자》입니다.
독서와 무제한 친해지리, 밀리의서재📚